칼럼

하늘에서 땅을 바라보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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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먹고 살고자 일을 하면서 그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이
이 사회에 얼마나 될 것인가?  이 질문에 있어서 우리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을까?

요즘같이 디자인이라는 말이 사회 전반에 넘쳐나고 모든 국민들이 거의 다
자신의 개인적인 사진쯤은 문제없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할 능력을 보유한 지금
그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들의 클라이언트는 물론이고 초등학생들까지도
어떤 디자인이 잘된 디자인인지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을 지니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물론 그것을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제대로 평가할 수 있지는 않지만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들의 안목에 비할때 일반인의 안목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이 세상은 자기 자신의 신변을 꾸미고 좀 더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는데에
익숙해져만 가고 누구든지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그렇게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가. 각종 매체의 발달로 집안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맘껏 감상할 수도 있고
구입할 수도 있다. 자칭 디자이너라고 하지만 않을 뿐이고 개인적인 디자인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이제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누구든지 전문적인 안목을 가지고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어떤 제품이든지, 홍보물이든지 간에 정확한 이론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디자인이라는 것도 학문적으로 지금보다 더욱 활발하게 연구되어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이론만을 연구하는 부분도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럼, 지금까지 이것을 사회안에서 전문직으로 인정받으며 밥벌어먹던 우리들은
항상 지금과 같이 이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또, 앞으로 디자이너가 되겠노라며 대학에서 열심히 전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과연 그들이 꿈꾸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꾸고 스스로 변화시켜야 살아남을수 있을까?

내가 일하면서 클라이언트에게 가끔 듣는 말이 있는데
'내가 그림만 좀 배웠어도 스스로그리면 더 좋을텐데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려니
참 커뮤니케이션하기가 힘들다'
이말은 나도 손으로 그릴줄만 알거나 컴퓨터그래픽 프로그램만 잘 알아도 디자이너못지않게
잘할수 있다는 말이다. 디자이너를 우습게 보는 동시에 전문직으로 인정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하청을 주는 사람을 깔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인 자신의 디자인적인 감각을 자랑하는
것일 수 있다. 일반인들의 수준은 여기까지 올라왔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뭣도 모르면서
참견만 엄청 해대는 까다로운 클라이언트' 라고 받아들이면 더이상 안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클라이언트가 더 많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좀 낮춰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회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인지, 나에게 일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나의 크리에이티브는 과연 얼마나 훌륭한 수준인지 등을 냉철하게 평가해 봐야 한다.
단순히 10년 일했으니 엄청 잘할거다, 어디어디 일을 해봤으니 잘할거다 같은 막연하고
자기 위안적인 평가는 스스로와 서로를 속이는 구차한 변명거리도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은 일반 대기업에 영업직을 맡고 있어 아트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지만
스스로 그방면에 관심이 많아 고대 미술사부터 개인적으로 섭렵하고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접해서 안목도 훌륭하며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광고한편을 보더라도 남보다 평가할게 많은
'일반인'이고, 다른 한사람은 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반 그래픽 디자인 사무실에서
5년째 일하고 있으나 스스로 디자이너로서 자부심도 없고 비젼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월급이나
올려받으려는 생각이다. 현재 두사람을 놓고 봤을때 누가 디자이너로서의 소양을 더 가지고
있을지는 안봐도 뻔한 일이다. 단순히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해서 디자이너로서
인정받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이것은 일반인이 우리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맡은바 임무가 더욱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스로의 현재 모습을 아티스트라고 여기며 안주하려고 한다. 특히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디자이너의 경우 요즘의 현실에서 스스로 발전하기를 너무나도
꺼려한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안목이 높은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나은점이 포토샵을 더 잘하기
때문이라면 디자이너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의심해봐야할 것이다.

우리들만 보는 게시판에다가 오늘 한거 캡춰해서 올리면서 서로 작품이라고 치켜세워주면
우리가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이 드는 것일까? 디자이너는 작품활동을 하는 미술작가가 아니다.
공업사회에서 당연히 필요로 하는 그 필요성에 의해서 우리의 창작물을 팔아넘기는
비즈니스맨일 뿐이다. 그것이 나중에 대중들에게 인정받으며 아티스트로 발전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스스로 밤을 새워 한 작업을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이라도 남의 입장에서
돌아볼 수 있는 냉철함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냉정한 일일까? 내가 나의 작업물을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디자인이 갖추어야 할 객관성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그 디자인물을 대하는
타인들의 평가는 항상 호의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더이상의 발전은 없다.

'냉혹한 평가 바란다'는 제목을 달긴 하지만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며 내가 다음에
내 작업물을 올릴 경우를 대비하여 남의 작업물에 대한 냉혹한 평가는 내리기 힘들다. 나도
칭찬받아야 하니까. 이런 경우들을 봐도 디자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객관적이어야 하는지
나타나는 것이다.

잘 된 디자인은 어느 권위있는 공모전에서라도 평가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트로피가 아니라
가장 많이 팔린, 가장 많은 수익을 낸 디자인이 가장 잘 된 디자인이다. 이론으로 평가할 수도
없고 개인이 단정지을수도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의 목표인 것이다.

우리가 디자이너로서 진정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안목을 높여야 할 것이다.
어느것 하나 눈에 스치는것은 결코 그냥 흘려보내는 법 없이 항상 판단 내리고 내것으로 만드는
천재적인 눈을 가지고 나의 고객이 원하는 사업의 방향까지 제시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내 자신을 꾸미는 일에 게으르지 않은 진정한 개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내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은 나를, 우리를 디자이너라고 불러줄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스스로를 갈고 닦으면 우리도 적어도
이 나라 안에서만큼은 이름을 떨치는 디자이너가 될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늘 높이 놀라가 땅을 내려다보듯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전체적이며 상호유기적인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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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도가 붙은 세월이여..멈춰라!

Comments

1 류재순
감사합니다.
우울함이 계속되는데 이런 글 읽고 나니 왠지 부끄러워지네요...
2 양은영
와우~~퍼갈께요^^매일보면서 반성하게요^^
16 mamelda
ㅡㅡ^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노력만이 저의 길이네요
흠....
홧팅!!
1 반별(sooni)
-.-뜨끔...
3 김소연
생각을 한번 더 하게 해 주네요.
10 됫거든? -♪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24 명랑!
가장 많이 팔린, 가장 많은 수익을 낸 디자인이 가장 잘 된 디자인...

그래서 디자이너는 디자인 이론 말고도 마케팅도 알아야 하는데... .
카피이론도 알아야하고... 심리학도...

미적 감각만으로, 기술로 다 되는게 아니라는...^^;;
7 얼음공주
공감가는 내용이 많네여...
내 자신은 얼마나 노력하고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지....요즘들어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여...
1 초짜권이
와..멋지십니다..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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