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익*^0^*
어떤 구도 -허영숙-
봄도 한물 건너가고 있는 오후 주름살이 첩첩이 쌓인 그 여자 이층 난간에 서서 모란이 그려진 명주이불을 힘겹게 털고 있다. 긴 세월의 봄에 바래진 붉은 꽃잎이 한잎 한잎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젊은 날 흔들리던 애증의 기록과 모정의 이름으로 덮어주던 아이들의 체온이 품안에서 빠져나간 이불 깃에는 저물어 가는 한 생의 밑그림만 얇게 그려져 있다. 시간 속에서의 깊숙한 칩거를 깃발처럼 흔드는 순간 끓고 있는 태양의 빛살을 맨 몸으로 받고 있던 넝쿨장미 절정에 이른 가슴을 초경보다 더 붉게 쏟아낸다. 아직 푸르다는 것은 저리도 붉은 것이구나 산발한 바람이 이불 위에 핀 모란의 보풀을담벼락 밑으로 떨구고 있다.